글 모아놓기
이제는 정착할 시간이 온 것이다.
글을 한 군데 모아놓아야겠다고 생각한지는 어언 2년은 된 것 같다. 거진 대학원에 들어오면서부터 항상 든 생각 중 하나인 것이다. 한창 책을 읽을 때에는 트위터에 글을 쓰기도 했고, 한창 친구들이 네이버 블로그를 할 때에는 그곳에 쓰기도 했다. 한창 개발 열풍이 풀때에는 잠깐 Velog에 발을 들여놓기도 했거니와, 지금의 여기 깃헙페이지에 글을 쓰기도 했다. 3주가면 오래 가는 것이었다. 그렇게 글은 파편화되어 여기 저기 서로 다른 회사의 드라이브에 쪼개져왔다. 언젠가 하나의 플랫폼에 정착하면, 하나의 도구에 의지하여 글을 쓰기 시작하면 그곳에 글을 모두 옮겨놓으리라- 생각하였지만, 생각은 생각에서 멈추었다.
이제는 좀 모아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왜 이리 메뚜기마냥 돌아다니며 글을 썼는가 하면, 나는 이쁜 형식을 만드는데 참으로 많은 공을 들였다. 기왕이면 아리따운 블로그에 글을 써야 제맛아니겠는가 싶었던 것인데, 그렇게 꾸미고 나면 초창기의 의도와는 다르게 글쓰기에 관한 생각이 식곤 했다. 가장 길게 썼던 기간이 트위터에 140자 책 글 썼던걸 생각해보면, 나는 어쩌면 최대한 꾸미지 않은 곳에 글을 써야 오래 쓰는 사람일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던 한편 이따금 이곳저곳 블로그를 돌아다니다 하이퍼링크로만 가득한 블로그를 봤다. 어떻게 보일지 신경쓰지 않은듯한 무심함이 있으면서도, 글은 깔끔히 보이는 느낌. 댓글창도 방문자 카운트도 없는 초창기 웹사이트인 것만 같은 사이트. 내가 글을 쓸 공간도 그런 공간이라면, 나도 아마 글을 좀 오래 쓰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쿨타임이 돌아 다시 또 블로그 설치에 시간을 들이게 된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일단은 조금씩 내가 쓴 글들을 모아놓을 공간은 필히 무심한 형태의 블로그 여야 할 것 같았다.
많이도 썼다. 수학 관련 글을 쓰고 싶을 때도 있었고, 책에 관한 글을 쓰고 싶을 때도 있었다. 그런 짬짬이 글을 다시금 모아보고 있는데, 생각보다 많다. 우선은 이전에 썼던 깃헙 페이지의 글들을 모두 옮겨오려고 했는데, 이전에 구글 포토를 날리면서 해당 블로그의 사진도 날아갔다는 사실을 이제야 알아버렸다. 그런 사진이 포함된 글을 살리려면 꽤나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어떤 글을 쓸 것인가. 생각을 해보면, 아무 생각이 없다. 카테고리로 분류해놓는 것이 전부다. 이전에 블로그를 쓴다면 왠지 국문 블로그, 영문 블로그 따로 나누고, 각각의 블로그에는 해당 언어로만 글을 써야하지 않을까- 라는 (강박 관념에 가까운) 생각이 있었는데, 이제는 그 무엇도 상관없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어느 누가 읽겠는가? 어느 누가 참조하겠는가? 적당히 영문으로 써야할 것 같은 글들을 영문으로 쓰면 될일이다. 대학교에 들어와서, 군대에 들어와서, 대학원에 들어와서 나의 주변 환경이 한번씩 바뀔 때마다 나의 강박관념 같은 생각들이 하나둘씩 해체되어 가고 있다. 생각보다도 규칙 없이 돌아간다는 것, 규칙이 없어도 꽤나 잘 안 지켜진다는 것, 굳이 원대한 목표 같은 것 없이 잘만 굴러간다는 것. 그래서 지금의 나는 즐거우면 된 일이다-. 라는 마음가짐으로 살아가고 있는데, 참 많이도 해체된 상태다. 내가 바라는 것이 있다면, 그래도 이번에는 이 글마당에 꽤나 오랫동안 글을 쓸 수 있으면 한다는 것. 가능하면 연구 실적들과 흥미로운 책들이 가득찬 글마당이 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