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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애의 마음, 김금희

우리 모두는 각자의, 그리고 누군가의 드라마 속에 산다

김금희 작가는 내가 유일하게 작품이 나오면 챙겨보는 소설 작가이다. ‘2017 젊은 작가상 수상 작품집’에서 처음으로 그이의 작품을 읽고 난 후, 김금희 작이라면 평가가 어떻고를 떠나 일단 빌리든, 사서든 읽고 있다. ‘경애의 마음’또한 그러한 책들 중 하나로, 내게 ‘믿고 보는 김금희’라는 생각을 굳히게 만든 책이기도 하다.

‘경애의 마음’은 어쩌면 익숙하기도 하고, 거리를 다니며 보기도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엮은 책이다. 이야기는 ‘공상수’씨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상수에 대해 이야기해보자면 다는 말 못하겠지만 대략 이런 사람인데, 반도미싱 영업사원인데 매일 실타래를 들고 다니며 풍부한 감수성으로 미싱기계를 파는 실적 좋지 못한 영업사원 상수. 그래서 팀장이 되지도 못하고 애매한 팀장대리 라는 직함아래 팀원 없는 팀장이 되어버린 상수. 그러면서도 회사에서 짤리지 않는 이유는 그의 뒤에는 회사 회장과 각별한 사이라는 국회의원 아버지가 있기 때문이지만, 본인은 자각하지 못하고 매사 메뉴얼과 원칙대로 열심히 사는 상수. 그리고 일과는 별개로 ‘언니는 죄가 없다’라는 페이스북 연애상담페이지 운영자로서도 열심히 사는 온라인 언니-상수. 그런 상수가 부장에게 팀원을 요구하면서 이야기가 전개되기 시작한다.

책 이름의 주인공이기도 한 ‘박경애’씨는 상수의 팀원으로 들어가게 된 사람이다. 본래 반도미싱 홍보부 사람이었지만, 파업에 가담했다는 이유로 총무부로 쫓겨나듯 발령되어 물품창고에서 비품 꺼내주는 사람이 되어버린 경애. 파업 당시 노조에 파업 내 성희롱을 항의하여 이제는 노조에서도 프락치 취급을 받는 경애. 어릴 적 좋아했으나 화재 참사로 죽어버린 영화동호회 친구 E가 있었는데, 자신은 살았고 구해내지 못했다는 것에 죄책감을 달고 사는 경애. 전 연인이자 대학 선배이자 이제는 유부남인 ‘산주’를 여전히 좋아하는 경애. 그래서 찾아오는 족족 거절하지 못하고 비참한 마음만을 간직한 채 ‘산주’를 만나는 경애. 그런 경애가 상수의 팀원이 된다. 그리고 상수의 정신적 멘토이자 경애가 파업 당시 신뢰했던, 나이가 많고 언제나 행실이 반듯하여 조선생으로 불리우는, 조문택씨가 기술자로 합류하여 베트남으로 해외영업출장을 떠난다.

경애와 상수 말고도 여기 나오는 인물들은 모두 각자의 일상이 있고, 삶이 있다. 그리 특별할 것도 없고, 인과관계가 딱딱 떨어지는 삶인 것도 아니어서 만일 나의 일상이라면 무어라 글로 적을 것도 없을 것 같지만, 그 일상들이 모여서 책이 되었고, 그 책은 하나의 드라마가 된 듯 하다. 이야기를 위해 만들어진 인물이기보다는, 인물들이 있었고 이들의 이야기가 엮여 책이 된 듯하다.

한 명 한 명 특별할 것 없는 이야기들이 모여 드라마가 된 이 책을 읽고 난 뒤, 나는 우리네 삶도 그런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두가 각자의 삶을 산다지만, 우리가 항상 혼자 사는 것도 아니어서 우리의 일상은 부분적으로나마 다른 이의 일상과 겹칠 수 밖에 없다. 그렇게 우리는 우리가 알아차리지 못한 채 누군가의 일상의 원인이 되고 결과가 되면서, 한 걸음 물러서보아야 완성되는 드라마가 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오늘을 돌아보면서 매일의 일상이 단조로워보이고, 원인과 결과가 뚜렷하게 나뉘어지지 않고, 오늘이 그리 특별해보이지 않는 이유는 우리가 우리 삶을 돌아볼 때 타인을 배제하고 살펴봤기 때문이 아닐까.

티스토리에서 썼던 글